여성을 모티브로 자못 에로틱한 분위기를 묘한 장식과 함께 섹슈얼한 명작을 숱하게 그려냈던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에로티시즘, 팜므파탈 등 의 각종 '19금'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의 대작이 한국에 왔다.
화가들의 누드화를 보면 여성의 신체가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나신이 구체적임에도 클림트의 누드처럼 묘한 상상을 연상시키는 작품은 그리 흔치 않다. 몽환적이며, 에로틱하고, 유혹적이다.
그래서 그의 크로키작업을 에로틱드로잉이라고 했던가. 예컨대 정면에서 다리를 벌린 여성의 포즈나 엉덩이 뒤에서 그려내어지는 과감하고 현란한 스케치는 캔버스에 도발적인 모습으로 환생한다. 몽롱한 눈빛, 반쯤 벌어진 입술, 한쪽 가슴만 가려진 상체, 발그레한 볼…하지만 이상한 상상은 금물. 에로티시즘이라는 이중적 잣대에 이미 클림트가 생존 당시 받았던 비난과 상처로 충분하다.
19세기 후반 구스타프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작품이후 극사실주의 화가의 인체묘사로만 볼 때에는 오늘날 관객의 눈에 비친 그의 여인들은 오히려 고혹적이며 매력적일 뿐이다.
아담과 이브, 1917년작
클림트의 작품세계를 여성과 에로티시즘으로 관조하기엔 너무 협소하다. 그는 풍경화를 즐겨 그렸으며, 19세기 초 '비엔나 분리파'에 큰 영향을 주는 작가이자 진보적 예술가의 핵심이다. 그들은 국지적으로 진행되던 예술분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하나의 주제 하에 총체적인 프로세스를 갖춘 예술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바로 '비엔나 분리파'의 핵심인 '토탈아트' 운동이다.
'토탈아트'는 아르누보·유켄트 스틸과 같은 예술운동에서 추구했던 개념, 회화·조각·건축·실내장식 그리고 공예에 이르는 장르의 통합적 과정을 통해 현실과 환영의 성공적인 융화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디트1' '아담과 이브' '은물고기' 등의 대표적 캔버스 작품 외 '벤토벤 프리즈' 벽화, 기타 다양한 공예작품 등에서 그러한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클림트는 자화상이 없다. 그는 타인의 거울이다. 그는 여인과 풍경을 그린다. 그의 말처럼, 개인으로서의 클림트를 알고자 한다면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아야한다. 그 안에서 그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될 것이기에…'라고 갤러리 초입에 그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