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사 손영선(39·전남 목포시)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서울맹학교를 졸업하고 18년 동안 안마 일을 해 왔다. 알음알음으로 안마시술소나 호텔 사우나에 취직했지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법적으론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따고 안마시술소를 열 수 있었지만, 현실에선 이름만 빌려주는 '바지 사장'인 경우가 숱했다. 성매매 등과 얽혀 휴·폐업이 잦으니, 이직을 밥 먹듯했다. 밤낮을 바꿔 일하는 경우가 허다해 생활은 더 힘겨웠다.
그런 손씨가 요즘 처음으로 보통 직장인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손씨 등 시각장애인 안마사 10여명은 2007년 9월 노인들에게 안마 치료를 제공하는 '클린안마센터'를 시작했다. 정부와 시·도 예산으로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주는 2만8천원짜리 안마서비스 이용권(바우처)과 본인부담금 1천원을 받고 한 달에 한 차례씩 안마를 해 주는 것이다. 안마사들은 건당 2만9천원 가운데 1만5천원을 매출로 올려, 월평균 140만원을 벌고 있다. 손씨는 "아침 9시 출근해 저녁 6시 퇴근하고 주 5일 일하는 평범한 생활이 가능해졌다"며 "월 200만원 직장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의 삶을 바꾼 '안마 사회서비스' 사업이 전국 10여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목포시 지역사회서비스 투자를 선례삼아 올해 시·군·구 지방자치단체 19곳이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 사업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장호연 복지부 사회서비스사업과장은 "지자체들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걸맞는 사회서비스 투자 사업을 하면 중앙 정부 예산으로 70%를 지원한다"며 "올 사업 공모에선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달 초 이런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지자체들에 보냈다. 마사지·피부미용 업계가 시각장애인 안마사 자격 독점에 위헌소송을 거듭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자, 사회서비스 투자로 활로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시각장애 안마사 자격자는 7천여명인데, 대한안마사협회는 "회원 35%가 실직 상태"라고 말한다. 경기 불황을 심하게 타고 스포츠마사지 등 경쟁 업종에 밀리면서, 안마시술소는 지난해 15%가 문을 닫은 상태다.